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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프롤로그

[프롤로그] 수많은 가면들의 가면무도회 - 4

단간론파 Dan은 단간론파 본가 시리즈의 스토리 및 인물에 대한 스포일러, 주관적 해석과 재창작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부디 이점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단간론파 Dan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 특성상 주인공 및 캐릭터들의 속마음 및 생각 등의 부분에서 대본체 표기가 들어간 부분이 많습니다.
읽는데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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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 Dan
<프롤로그>
수많은 가면들의 가면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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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16명이다.
나를 포함하여 수리공, 자칭 행운, 군악대장, 호텔리어, 스트릿댄서, 조류연구자, 유도선수, 로맨티스트, 알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 수중 발레리나, 통역사, 사회복지사, 고문기술자, 감독, 사이클 선수...
대부분은 신문이나 뉴스 같은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재능을 외우는 데까지는 성공했고, 이제 이름만 정확히 외우면 될 것 같다.

 
나즈마 마이리: 하지타 군?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어?
 
 
이나즈마 씨가 나의 눈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나시며 말하신다.
 
 
지타 유토: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의 재능과 이름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나즈마 마이리: 엥 벌써? 아직 시간 많은데 천천히 외워도 되지 않나?
 
지타 유토: 저는 어떤 것이든 빠르게 하는 것을 선호해서 그런 쪽이 편합니다.
 
카 미오리: 그렇게 잡담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빨리 가는 것이 좋다.
 
 
텐카 씨가 우리를 앞서가시며 말하셨다.
나와 이나즈마 씨를 제외한 나머지 세 분은 먼저 앞서가고 계셨다.
 
 
지타 유토: 이런 얘기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하도록 하죠.
 
나즈마 마이리: 그래, 지금은 중요한 것부터 하자!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 철문 앞에 도착하자 우리를 제외한 11명 전원이 철문 앞에 모여있었다.


야카 세토: 앗, 저기 오셨어요.

이코 하야오: 오 너희들 왔구나~?

이메 미치카: 미안미안~ 철문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조금 시간이 걸려버렸네.
 
즈마키 하로: 괜찮아요. 저희도 이제 막 왔으니깐요.


다른 분들이 서로 어색하지 않게 얘기를 나누셨다.
나와 이나즈마 씨, 아코 씨가 같이 다닐 때 다른 분들은 이미 서로를 다 만났다는 뜻일 것이다.


마 리코: 너희 왜 이렇게 늦게 왔냐? 혹시 작당모의 같은 걸..!


토마 씨가 같이 온 우리 5명을 의심하신다.
 
 
카 미오리: 의심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렇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마 리코: 그럼 설명해, 왜 너희 5명이 늦게 왔는지...

: 그럼 너는 왜 창살을 부쉈는지 부터 설명해주지 그래? 그냥 부쉈다 라는 이유말고 구체적으로 말이야.

즈오 마즈키: 맞아, 너가 남한테 뭐라 할 그런 깜냥이 되냐?
 
마 리코: ··· 
 
 
토마 씨가 세라 씨와 미즈오 씨의 말에 입을 다무신다.
논리적으로 반박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메 미치카: 와우 삼진아웃이네 이거~

나즈마 마이리: 여기 애들 왤케 기가 쎄? 무섭네 이거.
 
타 하야토: 기나 고집 같은 것이 없는데 초고교급이 될 수 없어. 그렇게 당연한 걸...
 
나즈마 마이리: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너랑 나는 완전 상극인 것 같네.
 
 
(짝! 짝!)
 
 
그렇게 이나즈마 씨의 말이 끝나자 어딘가에서 손뼉을 치는 소리가 울렸다.


가미네 우타로: 크흠, 그럼 잠시 인원 체크를 하겠네. 모두 잠시만 기다려 주게나.
 
 
그렇게 말하며 카가미네 씨는 철문에 몸을 딱 기대에 눈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셨다.
 
 
가미네 우타로: 15... 16... 오케이, 5명까지 추가해서 총 16명 맞네.
 
나오 소오타: 남자 8명에 여자 8명...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다요시 미네로: 소인이 본 전원은 모두 모였소.
 
카하시 아리이치: 그럼 이제 된 건가?
 
야카 세토: 그런 것 같은데요...
 
 
키보가미네 학원은 대개로 15명에서 16명의 학생들을 한 기수로 뽑는다.
만약 그 전통이 이어졌다고 한다면 아마 이번 기수의 인원도 이걸로 끝일 것이다.


타 하야토: 어쩌면 우리가 보지 못한 또 다른 인물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오 소오타: 그럴 가능성은 낮을 거예요. 샅샅이 뒤져봤지만 더 이상의 인원은 없었으니 말이죠.

즈마키 하로: 근데 아까의 안내방송은 누구의 목소리였을까요?

카 미오리: 아마 사람이 아닌 기계의 목소리일 확률이 높다. 목소리가 깨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나?
 
이코 하야오: 그치 분명 그럤어~

지타 유토: 그래도 아직 그렇게 확정 지을 수는 없죠.

아코 료타: ···


그렇게 16명이 전부 철문에 모이고 얘기를 하는 와중에 또다시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16명 전원의 집합을 확인하였습니다—. 규정에 따라 철문을 개방합니다—.'
 

카하시 아리이치: 엥? 개방이라니? 저 문이 열린다는겨?
 
 
'쿵! 쿵쿵! 쿠구구구구구궁!!'
 

야카 세토: 꺅! 이..이게 무..무슨 소리예요!?
 
즈오 마즈키: 지..지진인가?


매우 큰 굉음과 함께 눈앞에 있던 철문이 뒤로 열리기 시작한다.
귀가 아플 정도의 굉음이다.


나오 소오타: 모두들 피하세요! 다치시면 안 됩니다!
 
가미네 우타로: 기나오 단원도 여기로 오게!


기나오 씨와 카가미네 씨가 우리 모두를 뒤로 대피시키고 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완전히 열리고 밝은 빛이 우리를 감쌌다.
 
 
카하시 아리이치: 으악 내 눈!!
 
타 하야토: 아 제발.
 

갑작스러운 밝은 빛으로 인하여 모두가 본인의 눈을 가리며 조금씩 빛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본관은 다른 곳보다 어두운 타일과 벽지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적응하기 더욱 힘들었다.
바깥의 빛을 보니 이곳을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안도감과 혹시 또 무언가가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감돌았다.
 
조금씩 눈을 떠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무언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것은 분명...
 
 
아코 료타: ···
 
 
아코 씨가 문 앞으로 제일 먼저 앞으로 다가가 눈 밖으로 발을 옮기셨다.
 
 
지타 유토: 아..아코 씨? 어디가세요?
 
 
나는 눈을 가린채 조심스럽게 아코 씨에게 물었다.
굉음으로 인하여 제대로 들릴 리는 없었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아코 료타: ···
 
 
굉음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아코 씨는 분명 내가 하는 말을 하는 것 자체는 눈치를 채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코 씨는 움직임을 잠시 동안 멈출 뿐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카 미오리: ..?
 
 
옆을 보니 텐카 씨도 아코 씨가 나가는 것을 보신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굉음이 멈추고 한두 명 씩 시야를 되찾기 시작하셨다.
 
 
이메 미치카: 이거 눈이 너무 아프네~
 
이코 하야오: 역시 이럴 떈 선글라스를 써야지~
 
 
아이코 씨는 벌려져 있던 팔을 접음과 동시에 선글라스를 벗으셨다.
 
 
: 팔은 왜 벌리고 있던거야? 이유가 있어?
 
 
세라 씨가 아이코 씨에게 캐묻듯이 말하셨다.
 
 
이코 하야오: 음? 아~ 눈을 가려주려고 벌렸던 거야~ 정확히는 손으로 가린 거지~
 
즈마키 하로: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야카 세토: 저..저도요...
 
즈오 마즈키: 여자 둘만 가려줬네? 너 혹시 여미새야?
 
이코 하야오: 그런 건 아니야~ 하로랑 아야카가 나한테 가장 가까이 있었고, 체격이 작아서 내 손에 충분히 가려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다요시 미네로: 근데, 그 선글라스는 어디서 난 것이오?
 
 
아이코 씨의 선글라스는 평범한 선글라스가 아닌, 나도 이름을 들어본 외제의 것이었다.

 
이코 하야오: 계속 조끼에 걸려있었는데 못 봤어~?
 
카하시 아리이치: 야 치사하게 너만 쓰냐?
 
이코 하야오: 하나 밖에 없는데 어떡해~ 넘겨줄 시간 같은 것도 없었잖아~
 
 
그렇게 말하며 아이코 씨는 선글라스를 벗어 다시 조끼에 끼워넣으셨다.
 
 
카 미오리: 다들 잡담은 그만 두고 앞을 봐라. 바깥이 떡하니 있는데 그게 뭐가 중요한 것인가?
 
 
텐카 씨가 아직 빛에 적응하지 못한 듯 눈을 반복하여 깜빡거리시며 말하셨다.

 
타 하야토: 나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군.
 
나즈마 마이리: 그럼 이제 같이 나가 볼...
 
마 리코: 이야!!!
 
 
이나즈마 씨의 말이 끝나기 전에 토마 씨는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오랫동안 굶은 한 마리의 이리, 즉 늑대처럼 빠른 속도로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만약 코끼리가 빠른 속도로 달린다면 저런 느낌일 것 같았다.
 

가미네 우타로: 토마 단원? 어디 가는 건가, 돌아오게나!


토마 씨는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 못한 강아지 같은 느낌으로 빠른 속도로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
 
타 하야토: 저 녀석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즈마 마이리: 빨리 쫓아가야지 뭐 하고 있어!

가미네 우타로: 나도 넋 놓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보겠네.
 

그 말과 동시에 이나즈마 씨와 카가미네 씨는 토마 씨를 쫓아간다.
 
 
카하시 아리이치: 야!! 너희 어디가!
 
···

그 둘이 나가고 우리 나머지 12명은 어안에 벙벙해진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마치 사람이 없는 것처럼 조용한 느낌만 말이다.
 
 
야카 세토: 그 저희... 이렇게 가만히 수만은 없지 않을까요..?
 
다요시 미네로: 맞는 말이오. 여기에서 가만히 있어봤자 해결 되는 것은 없소.
 
 
그렇게 한두 명씩 밖으로 발을 옮기려던 그때.
 
 
: 잠깐. 한 명이 더 없는데? 아코, 행운 걔 어딨어?
 
 
세라 씨가 아코 씨가 없는 점을 지적하셨다.
 
 
지타 유토: 아코 씨는 이미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카하시 아리이치: 엥? 언제? 발 존나 빠르네.
 
지타 유토: 제일 먼저 나가셨거든요. 토마 씨가 나가기 전에...
 
나오 소오타: 그럼 아코 씨를 찾으러... 아니지, 미리 체육관에 가 계실 수도 있겠네요.
 
이메 미치카: 그러면 이제 나가면 안 돼? 발 근질근질한데~
 
이코 하야오: 좋아, 한 명씩 밖으로 나가자~
 
 
아이코 씨의 말이 끝나자 한 두 명씩 바깥으로 몸을 옮겨 보인다.


즈오 마즈키: 나가도 괜찮은 거 맞겠지?

카하시 아리이치: 가만히 있어서 뭐 해 나가야지.

: 유도선수, 쟤 뭔가 건물 안에 있는 게 답답해 보이던데.

즈마키 하로: 저희도 차례대로 나가도록 해요. 급하게 가셔서 넘어지시면 안 돼요!
 
지타 유토: 하로 씨도 조심하세요.


그렇게 우리 모두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밖으로 나간 우리들은 아연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전혀 예상을 못한 반전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지타 유토: 아니 이게 무슨...

카 미오리: 꽤나 놀랍군... 이건 무슨 연출인 건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유리로 된 무언가였다.
좀 더 시야를 넓혀 훑어보니 일반적인 유리가 아닌 원형으로 된 유리라는 것을 알아냈다.
마치 어느 한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다람쥐의 집 같은 느낌이었다.
 
시야를 위로 올려보니 상단 부분의 유리 벽면에는 구름의 형태가 나타나 있었다.
어떻게 구현한 것인지는 정확히는 알 순 없지만 홀로그램 같은 것으로 실체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유리와는 다르게 훨씬 반짝였다.
 
천장에는 매우 강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광휘를 내뿜고 있었다.
진짜 태양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심지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산들바람까지 불고 있었다.
지금 이 이상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어떠한 전혀 현실적인, 이성적인 사고를 해낼 수 없었다.


야카 세토: 아니 이게 대체 뭐죠? 저희가 본 키보가미네 학원은 이런 모습이 아닌...

???: 아아, 학생 분 전원 모두 체육관— 본관 오른쪽에 있는 체육관으로 신속히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아까 들렸던 안내방송이 또다시 흘러나왔다.
분명 훑어봤을 때는 스피커 같은 것이 없는데 어디에서 소리가 난 것일까?


이코 하야오: 모두 위를 봐봐~


아이코 씨의 말에 우리 모두는 위를 올려보았다.
 
 
즈오 마즈키: 뭐가 있냐? 나만 안 보이는 거야?
 
카하시 아리이치: 야, 저기 있잖아 저기! 여기 여기!
 
 

아리이치 씨는 미즈오 씨의 옆으로 다가가 어느 한 방향으로 손을 치켜 드셨다.

 
 
즈오 마즈키: 어... 와 저기있네! 야 어케 봤냐?
 
 
자세히 살펴보니 구름 형태가 있는 위치에 검은색의 무언가가 부착되어 있었다.
멀리 있어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예상으로는 스피커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나오 소오타: 저거... 스피커 맞죠?

카 미오리: 잠깐. 뭔가 이상하다. 스피커는 저기 위에 있는데, 소리는 위에서 들리는 게 아닌 우리의 근처에서 들린다. 처음 들었던 안내방송처럼 말이다.

즈오 마즈키: 뭔가 이상한 일 투성이네... 여긴 대체 뭐고 이게 대체 뭔 상황인지

다요시 미네로: 일단 안내방송에 따라야 될 것 같소.

이메 미치카: 체육관으로 빨리 가자, 오른쪽으로 가면 있다 했으니~


자이메 씨는 아까와는 다르게 자신만만한 듯 오른쪽으로 향한다.


즈마키 하로: 이나즈마 님, 카가미네 님이랑 토마 님도 체육관으로 갔을 테니 저희도 빨리 가죠.

타 하야토: 하... 피곤해 죽겠군...


우리 모두 안내방송에 따라 체육관으로 향하였다.
 

야카 세토: 바로 여기인 거 같아요. 체육관...


건물 앞에 '체육관: 오전 7:00~ 오전 10:00까지 이용가능'이라 적혀있었다. 총 15시간 동안 이용이 가능했다.


: 문이 열려있는 걸 봐선 유도선수나 수리공 혹은 대장이 이미 들어갔나 보네.


그 말과 동시에 세라 씨는 우리 중 제일 먼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간다.


카하시 아리이치: 뭔가뭔간데 느낌이...

다요시 미네로: 맞는 말이오. 뭔가... 느낌이 안 좋소. 제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이코 하야오: 그렇게 걱정하지 말자고~
안 좋게 생각하면 진짜 안 좋게 흘러간단 말이지

즈오 마즈키: 맞아 쫄지마.

이메 미치카: 좋아 좋아 들어가 보자고~


세라 씨가 먼저 들어가고 그다음으로 자이메, 하로, 기나오, 아야카, 미즈오, 아이코, 텐카, 쇼타, 아리이치, 타다요시 씨, 나 순으로 체육관에 발을 들였다.


'쾅!!'


카하시 아리이치: 히익!! 갑.. 갑자기 왜 닫혀!!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어!!
 
즈오 마즈키: 뭘 쫄아, 사내가 이런 걸로 쫄아서 되겠어? 쫄?
 
카하시 아리이치: 쪼..쫄은 뭔 쫄이야... 참나 어이가 없어가지고...
 
 
아리이치 씨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셨다.
 
 
야카 세토: ··· 깜..깜짝이야...
 
 
아야카 씨가 소리를 지르지 않아 다행이라는 듯이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말하셨다.
안타깝게도 그 안심의 한숨은 나의 귀에 들어왔지만 말이다.


카 미오리: 16명 전원이 체육관으로 들어왔나 보군.

나오 소오타: 혹시 모르니깐 긴장의 끈을 놓지 마세요.


그렇게 우리 12명은 열려있는 체육관의 중문을 지나가 체육관의 강당에 발을 들였다.
그곳에는 이나즈마 씨와 카가미네 씨, 땀을 흘리고 있는 토마 씨 그리고 벽면에 기대고 서 있는 아코 씨가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눈을 돌려 시계를 찾으려고 헀다.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디지털 시계는 11시 직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체육관에도 CCTV가 있다.
 

나즈마 마이리: 모두 왔구나? 미안 토마 군을 따라가다가 걱정시켰네.

가미네 우타로: 토마 단원. 아무리 그래도 그런 단독행동은 안되네 알았나? 우리 모두 같은 단원들이잖나.

마 리코: 지금 막... 만나놓고... 뭐가 단원이야...
 
아코 료타: ···


토마 씨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숨을 거칠게 내쉬고 계셨다.
그런 토마 씨를 아코 씨는 아무말도 없이 깔보듯 내려다보고 계셨다.


마 리코: 미.. 미안하다... 헤엑... 헤엑...

지타 유토: 갑자기 왜 그런 건지 설명해주세요. 설마 실내공포증이 있으신 건가요?

마 리코: 아니 그런건 아니야... 애초에 내가 너희한테 그런 걸 말해줄 필요는 없잖아...
 
 
토마 씨는 아직 우리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신다.
 
 
나오 소오타: 혹시 말 못할 얘기가 있으시다면 저에게는 털어 놓으셔도...
 
마 리코: 됐거든! 도움 받고 싶지 않으니깐 필요없어...
 
 
토마 씨는 기나오 씨의 얇은 손길을 날카롭게 잘라 내셨다.
 
 
카 미오리: 갑자기 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카가미네가 말했듯이 그런 돌발행동은 자제하도록 해라 모두가 놀란다. 특히나 너 같은 녀석이 그렇다면 더더욱 말이다.

마 리코: ··· 알았어 노력해 볼게...

카 미오리: 노력해 볼게가 아니라 그렇게 바꿔라 알겠나?

마 리코: 아이씨 알았다고!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를 부른 이가 언제 오는지 알지도 모른 채 말이다.
 
 
????: 하암~ 그 지루한 대본은 이제 끝난 거겠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체육관 단상에 어떤 익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하시 아리이치: 뭐야 누구야? 누군데!?

????: 아, 당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리이치 학생.


익명의 목소리가 아리이치 씨의 이름을 부른다.


카하시 아리이치: 내 이름을 어떻게..?

????: 그야 저는 여러분들의 선생님이니깐요.
 
 
그 익명의 누군가는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즈마키 하로: 선생님? 진짜 선생님 맞으세요?

????: 그럼요. 저는 여러분들의 영원한 선생님입니다.
 
타 하야토: 영원한? 누구 마음대로 그런 소리를...
 
????: 크흠, 듣던대로 날카롭군요. 쇼타 학생...
 
타 하야토: 내가 그런 성격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뒤에서 몰래 캐내기라도 했나?
 
????: 캐내대뇨, 정당한 방법으로 알아낸 것인데 그렇게 말하다니...
 
 
그 남성은 약간 분에 찬 말투로 말했다.
 
 
즈오 마즈키: 선생님? 근데 어디에 계신 거예요?

????: 아차차, 등장하는 것을 까먹었군요. 잠시만 기다리시죠.

카 미오리: 등장? 보통 그런 표현을 쓰는가?

????: 저에 한정해서는 등장이라는 표현이 맞죠. 그럼 이제 때가 되었군요!


익명의 남성의 얘기가 끝나자 갑자기 무대에 있는 교탁 근처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다요시 미네로: 뭐.. 뭐요? 지금 이 연기는?
 
 
그 연기는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즈마키 하로: 전혀 좋아 보이지 않은데요?
 
나즈마 마이리: 야! 다들 빽! 빽!
 
이메 미치카: 밀지마~ 알아서 갈거니깐~
 
마 리코: 신기하다면서 보고 있을 때야 지금!?
 
 
우리는 연기를 피해 뒤에 있는 벽면으로 몸을 붙힌다.
 
 
카하시 아리이치: 야! 씹.. 문이 안 열려 이거!

가미네 우타로: 다들 조심하게! 혹시 모르니 들이마시면 안 되네!


그리고 갑자기...


'펑!!'


엄청난 풍선 터지는 듯한 폭발음이 일어났다.


이코 하야오: 으윽... 내 귀..!
 
나즈마 마이리: 콜록 콜록! 야! 이거 케헥! 케헥...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바닥에서 기어올라왔다.
많은 분들이 그 소리와 연기에 당황스럽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카 미오리: 많이 쓰이는 3류짜리 연출이다.
 
아코 료타: 왔네...
 
 
물론 텐카 씨나 아코 씨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스멀 스멀스멀...'

 
안개가 조금씩 걷히며 어떤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노: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가 이 학원의 학원장  '모노 (モノジェントル)' 입니다!

지타 유토: 모노.. 젠틀..?


자신을 모노젠틀이라 소개한 남성은 옷의 왼쪽은 검은색, 오른쪽은 하얀색인 양복에 그와 반대되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넥타이는 빨간색이었다.
바지 또한 가면과 마찬가지인 모습이었다.

···

아리이치 씨나 미즈오 씨 같은 말 많은 분들도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했다.


모노: 반응이 처참하군요. 뭐 어쨌든, 16명의 학생분들 전원의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메데토~

야카 세토: 잠.. 잠깐 그럼 여기가 키보가미네 학원이 맞는 거죠?

모노: 그럼요 당연하죠! 궁금한 게 있다면 뭐든지 물어봐 주세요. 왜냐, 전 모두에게 온화한 모노젠틀이니깐요!
 
타 하야토: 아, 기빨려... 이런게 학원장이라니...
 
나즈마 마이리: 에너지 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는구먼 뭐.

: 그럼 우릴 왜 이런 곳에 가둔 건지 물어봐도 되려니?
 
모노: 가둔 이유... 말인가요?

즈마키 하로: 맞아요 선생님, 저희를 여기 가뒀다면 그 이유를...

모노: 아 뭐 간단하지요. 여러분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모노젠틀의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생각이 멈춰버렸다.


나오 소오타: 죽.. 죽이라고요..?

즈오 마즈키: 내.. 내가 잘못 들은 거 아.. 아니지?
 
이메 미치카: 음? 이건 예상 못한 케이스인데~

모노: 정확히 들으신 거 맞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이것은 살인게임이니깐요. 여러분들이 다른 분들을 죽이지 않으면 영원히 이 학원에서 지내게 될 겁니다.

지타 유토: 제가 아는 키보가미네 학원은 그렇지 않은데요?
 
 
매우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질문을 했다.
 
 
모노: 그건 하지타 학생이 아는 키보가미네 학원이 아닐까요?
 
지타 유토: 뭐라고요? 그게 무슨...

타 하야토: 정말 말도 안 되는 규칙이군.

가미네 우타로: 살인게임은 또 무슨... 여기 있는 나의 단원들을 죽이라고?


모두가 모노젠틀이라는 자의 말에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모노: 죽고 죽이기도 싫다면 여기에서 영원히 지내시면 됩니다. 음식에, 위생에 잠까지 재워주는데 모자란 게 있습니까?

마 리코: 그럼 뭐하냐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못 보는데!

모노: 그건 제 알바가 아니죠. 갱살, 답살, 수장, 아살, 액살, 역살, 유살, 육살, 타살, 팽살, 구살, 척살, 박살, 화형, 압살, 교살, 참살, 주살, 포살, 폭살 등등 죽이는 방법은 상관없습니다.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상대를 원하는 대로 죽여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는 듯이 모노젠틀은 똑같이 다른 이들을 죽이라 말하였다.

다요시 미네로: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드디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소...

야카 세토: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살인게임은 또 뭐고...


아야카 씨는 지금이라도 울음을 터뜨리실 것 같이 말하셨다.


: 그런 짓을 하면 바깥세상에서 가만두지 않을 텐데 대체 무슨 자신감인거지?
 
이코 하야오: 이런건 내가 예상한 로맨틱이 아닌데~

마 리코: 너... 그게 지금 무슨 말이냐...

모노: 다른 이들을 죽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마 리코: ··· 진심으로 하는 말인 거냐?
 

그렇게 말하며 토마 씨는 천천히 체육관의 단상이 있는 무대 위로 걸음을 옮겼다.
불길한 예상이 내 뇌리에 스친다.


모노: 네. 그럼요 전 항상 진심...


모노젠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토마 씨는 갑작스럽게 단상을 뛰어 올라가, 모노젠틀의 얼굴을 한 손으로 붙잡고서는 몸을 들어 올렸다.


즈오 마즈키: 한... 한 손으로 들었어!?

가미네 우타로: 토마 단원? 지금 뭘 하려고?

마 리코: 그럼 네놈을 죽이면 끝나는 거 아닌가? 어?


토마 씨의 입에서 죽인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나올 게 나와버린 것이다.


이메 미치카: 토마 정신 차려, 토마?


토마 씨는 다른 이들의 말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모노: 토마 학생... 스스로 자처하여 절망의 구렁텅이에 들어갈 필요는 없을 텐데요...


모노젠틀은 토마 씨의 손을 잡으며 저항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토마 씨의 굵은 손과 팔을 도저히 당해낼 수는 없었다.
격투기 선수가 호랑이와 사자를 이길 수 없듯이, 펭귄이 상어를 이길 수 없듯이 말이다.
토마 씨의 압도적인 신체 스펙을 당해낼 수 없던 것이다.


마 리코: 아니 이게 맞아..!!
 
모노: 크흡..! 케헥...
 
 
모노젠틀의 움직임이 점점 약해져 갔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목이 부숴질 것만 같다.


카 미오리: 아, 아, 멈춰라! 토마, 돌발행동은 그만둬라!


텐카 씨가 본인이 들고 있던 확성기를 키시고선 입에 대고선 토마 씨에게 소리쳤다.


모노: 그럼 전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모노젠틀의 힘이 들어간 팔이 축 늘어졌다.


즈마키 하로: 뭐.. 뭐예요? 죽은 거예요?

마 리코: 아니 그렇게 힘을 주진 않았어.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토마 씨가 체육관이 울릴 정도로 소리 쳤지만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모노: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지타 유토: 지금 타이머 같은 소리가..?
 
 
익숙한 소리가 귀를 타고 흘러 들어온다.
 

다요시 미네로: 저 흉물에게서 나는 소리 같소.
 
 
아니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다.
 

: 유도선수 들려? 유도선수, 당장 저 사람을 내려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져 가는데도 그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빗나가지 않았다.


나즈마 마이리: 이거 설마 내가 아는 그런 거 아니지? 그렇지?
 
 
다들 예측과 예상만 할 뿐, 그게 그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못했다.


마 리코: 당장 일어나! 이상한 소리 내지 말고!!
 
 
이제는 토마 씨의 기합 소리와 맞먹을 정도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모노: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이코 하야오: 지금이라도 내가 뛰어가서 막을까?
 
가미네 우타로: 막기에는 지금 너무나 늦었네!
 
 
이젠 그 누구도 나가서 막을 수 없다.


나오 소오타: 토마 씨 집중하세요. 당신만이 하실 수 있어요!
 
 
토마 씨 본인이 해내기를 바랄 뿐이다.


아코 료타: 던져라, 토마 리코...
 
 
그리고 결국...


마 리코: 큭..!


'슝— 펑!!!!!!!!!!'


토마 씨는 가까스로 모노젠틀을 하늘로 던졌다.
매우 큰 폭발음과 함께 모노젠틀은 터져버렸다.
 

카하시 아리이치: 이런 미친, 터.. 터졌어..!

카 미오리: 기계였던 것인가?


모노젠틀이 터지면서 날카로운 강철 파편들이 날라들었고 한순간에 뜨거운 화염과 그것을 뒤따른 고온의 열기가 근처에 있던 토마씨에게 휩싸였다.
 

마 리코: 크악!!!! 크헉..!
 

한순간에 벌어진 일에 우리는 모두 움직이지 못하였다.
모노젠틀이 터지면서 왜 피나 내장 같은 부위가 아닌 강철 파편이 날아든 것인지, 모노젠틀이 왜 터진 것인지, 갑작스러운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인지 말이다.
 

'쿵!!'
 
 
마 리코: ···
 
즈마키 하로: 토.. 토마 님!!
 
나오 소오타: 어..어떡하죠..? 이거 어?
 
나즈마 마이리: 당황하고 있을 때야? 빨리 올라가!
 
 
그 생각을 깨고 들어온 것은 누군가가 넘어지는 묵직한 소리와 다른 이들의 목소리였다.
지금 이 상황은 장난이나 이벤트 같은 것이 아닌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5화 분량을 맞추기 위해 여기서 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