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희망이라는 이름의 움직이는 관 - 일상편 : 5
단간론파 Dan은 단간론파 본가 시리즈의 스토리 및 인물에 대한 스포일러, 주관적 해석과 재창작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부디 이점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단간론파 Dan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 특성상 주인공 및 캐릭터들의 속마음 및 생각 등의 부분에서 대본체 표기가 들어간 부분이 많습니다.
읽는데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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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없는 하얀 방에서 혼자 침대에 앉아 또 다시 아무 쓸모 없는 망상에 빠진다.
다른 이의 허울 뿐인 망상을 자세히 듣고 싶어하는 이는 없을 터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망상 뿐이다.
어떠한 색깔도 어떠한 무늬도 어떠한 향도 없는 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에서 제정신을 유지한 채 지낼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애초에 그런 인간은 없을 것이다.내가 멀쩡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 이상하다는 것 쯤은 이미 자각하고 있다.
???: 이봐 골리앗.
···
나를 부르는 누군가에게 나는 시선을 돌린다.
전에 봤던 정장 차림에 머플러를 한 남자였다.
이름이... 디나였던가?
그 남자는 아직도 나를 골리앗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분명 내가 그런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착장 또한 전혀 변하지 않았고 나를 대하는 태도 또한 변하지 않았다.
디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만 우리 얘기나 좀 할까?
···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다.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디나에게서 분명 어떠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 속물이 다 드러나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을 뿐더러,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디나: 흠 얘기하기가 싫은건가? 그럼 다른 하고 싶은 건 없나?
···
디나: 하...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모습 그대로 인 건 알고 있어? 넌 잘 모를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일에 진전이 없다고.
···
디나: 그거 빼고 나머지 초석은 다 마련됐어. 장소도 있고 대안도 있고 인물도 있어. 이제 딱 하나 남은 퍼즐 조각만 맞추면 돼. 무슨 말인지 알아?
···
디나: 너 같은 염세주의자랑 소통 해봤자 뭐하겠어. 그렇게 절치부심 해봐. 차라리 개랑 소통하는 게 더 빠르겠지. 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런 모습이었으니. 오늘은 넬이 안 오니깐 방에서 쉬고 있어. 얼마 안 있어서 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난 염세주의자가 아니야."
디나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디나: 뭐?
"난 염세주의자가 아니라고."
난 침대에 앉은 채로 디나를 째려본다.
물론 말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내 말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어떻게든 디나의 말에 반박하고 싶다는 반발심에서 비롯된 반항이었다.
그 이상의 논리적인 반박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과거의 나의 모습이 떠올라 혹시 그 모습이 염세주의의 모습인가 싶은 자조적인 생각이었다.
디나: 하, 그게 싫다면 만사무심한 인간이라고 해줄까? 내가 참 미안하군 그래.
디나는 신경질을 내며 내가 있던 방에서 나간다.
난 아직 나에 대해 알지 못한다.
과거의 나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현실과 여지껏 나는 꿈만 꾸었다는 현실에 짓눌렸다.
목적을 상실했었고 목적이 없으면 쉬이 움직이지 않았었다.
매번 그랬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이다.
지금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는데, 이게 과연 방황일까 아니면 그저 시간 낭비일까는 내가 정하는 것인데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무언가가 나를 아프게 했다.
나는 또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무념무상하게 또 다시 망상에 빠진다.
단간론파 Dan
<챕터 1>
희망이라는 이름의 움직이는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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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기로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은 채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머리 속에 투영되어 있을 뿐입니다.
???: 어이~! 너 괜찮아?
누군가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조금씩 시야가 돌아옵니다.
미즈오 미즈키: 괜찮은 거 맞지? 놀랬잖아 대답도 안 하고.
아야카 세토: 네? 저..저한테 어떤 안건을 물어보신건가요..?
미즈오 미즈키: 헐 너 하나도 못 들었어? 여기가 어딘지는 알지?
아야카 세토: 체육관 앞...
저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꽤나 눈에 익은 체육관이었습니다.
미즈오 미즈키: 그건 아는구나. 우리 지금 조사하러 온거야. 이제 이해가 돼?
아야카 세토: 네... 완전히...
여기는 분명... 자칭 키보가미네 학원이고 저를 포함한 16명은 이 장소에 감금되어 살인을 강요 받고 있습니다.
저는 저를 포함한 다른 3분과 함께 체육관을 조사하기 위해 그 앞에 왔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혹시 힘드시다면 구경만 하셔도 돼요. 굳이 무리 하실 필요는 없으니깐요.
아야카 세토: 아뇨! 아..아니에요 괜찮아요...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나와버렸습니다.
다른 분들도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어찌됐든 체육관이 다른 두 곳에 비해 넓은 편이 아니라고 할지언정, 소홀히 취감하는 것은 좋지 않소. 그러니 성심성의껏...
미즈오 미즈키: 근데 취감이 무슨 뜻이야?
타다요시 미네로: ··· 아 취감이란...
아야카 세토: 사물의 내용과 뜻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것을 이르는 말이에요. 조사랑 비슷한 유의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또다시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그 사실을 자각하는 바람에 말의 끝이 조금씩 어눌해집니다.
미즈오 미즈키: 아~ 그런 뜻이야? 처음 들어본 단어라서 몰랐네.
타다요시 미네로: 모르면 배우고 익히면 되는 것이라 그랬소.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좋소.
사람이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그것을 배우고 깨닫고 인지하면 되는 것입니다.
무식유죄, 유식무죄는 옳지 않으니 말입니다.
기나오 소오타: 그럼 여러분들 준비 되신 것 맞죠? 문 엽니다?
누군가는 크게, 누군가는 팔짱을 끼며, 누군가는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나오 씨의 말에 응합니다.
기나오 씨는 목을 움직여 저희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눈을 감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다 보이나 봅니다.
기나오 소오타: 그럼 문 열겠습니다.
기나오 씨가 통유리로 된 체육관의 입구의 손잡이를 잡자 잠시 동안 묘한 긴장감의 기류가 흐릅니다.
그리고 기나오 씨가 체육관 문을 밉니다.
(덜컹..덜컹!)
기나오 소오타: 음? 이상하네요... 문이...
미즈오 미즈키: 왜 그래 안 열려?
기나오 소오타: 네 어째선지 열리지는 않네요.
미즈오 미즈키: 혹시 당겨서 여는 거 아니야?
(덜컹덜컹!)
기나오 씨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직접 문을 당겨 그것에 대한 답을 합니다.
미즈오 미즈키: 아니었네. 그럼 뭐지?
기나오 소오타: 아예 잠겨버린 것 같네요... 아까까지는 잘 열렸는데...
타다요시 미네로: 체육관 내의 누군가가 문을 잠근 것 일 수도 있소.
타다요시 씨의 시선이 문의 바닥 쪽으로 향합니다.
안에서 열쇠를 꽂을 수 있을 것 같은 장치가 보입니다.
타다요시 씨는 그것을 의심하고 계신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체육관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이 가능하기에 현재 체육관의 문이 잠겨있는 것은 이상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전자 학생 수첩을 확인해봐도 오후 2시 13분이라는 글씨만 붉은 글씨로 적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제가 뒷문도 잠겨있는지 확인해볼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말하며 기나오 씨는 체육관의 뒷편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어째선지 그 얼굴에서 긴장을 하는 듯한 여색이 보입니다.
미즈오 미즈키: 생각해보니깐 그냥 모노젠틀 불러서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었나?
아야카 세토: 딱히 모노젠틀의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은데요...
타다요시 미네로: 소인도 마찬가지요.
미즈오 미즈키: 하긴 말해봤자 열어줄 것 같지도 않고 너희 말이 맞다.
그렇게 저희 셋은 잠시 동안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기나오 씨를 기다립니다.
그러자
(덜컹!덜컹!)
체육관 안 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옵니다.
기나오 씨가 흔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굉음이 말입니다.
아야카 세토: 히익! 갑..갑자기 무..무무...
미즈오 미즈키: 무..뭐야! 갑자기!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미지의 공포심이 휘몰아 칩니다.
잔잔할 땐 더 없이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파도가 일면 한없이 무섭고 위험한 공포심이 말입니다.
심장이 쿵쿵 내려앉으며 숨이 거칠게 쉬어집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모두들 침착하고 진정하시오. 혹시 안 쪽에 기나오 공이오?
타다요시 씨가 놀란 저와 미즈오 씨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본인은 경계테세를 갖추며 안에 있는 사람의 정체가 누군지 질문합니다.
???: 누구지? 아까 들었던 목소리인데 말이지...
문 뒤에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분명 아까 들은 적이 있습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초고교급 고문기술자. 타다요시 미네로라고 하오.
타다요시 씨는 들은 적 있는 익숙한 목소리의 상대임을 알고 약간의 경계테세를 풉니다.
???: ··· 아 그 연두머리? 꽁지머리에 유카타.
타다요시 미네로: 그렇소. 그대는 '쇼타 하야토' 공 맞소?
타다요시 씨가 문 뒤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말합니다.
몇 시간 전의 입학식이 끝난 뒤에 본 적이 없으니 비교적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쇼타 하야토: 그래. 정확히 기억하고 있군 그래. 무슨 일로 온거지?
타다요시 미네로: 체육관을 조사하러 왔소.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문 좀 열어 줄 수 있소?
쇼타 하야토: 보아하니 너만 있는 건 아니고, 총 인원이 몇 명이지?
타다요시 미네로: 소인까지 포함하여 4명이오.
쇼타 하야토: 참 많이도 왔군 그래. 그럼 각자 본인의 이름을 밝히도록.
미즈오 미즈키: 우리가 왜 그래야 되는데? 문은 왜 잠근거야?
쇼타 하야토: 이 목소리는... 미즈오였나? 하늘색 머리에 똥머리?
미즈오 미즈키: 그래 맞는데 문은 왜 잠갔냐니깐?
쇼타 하야토: 그리고 다음.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도록.
미즈오 미즈키: 너 내 말 무시하냐? 문은 왜 잠갔고 여기에 왜 있냐니깐?
쇼타 하야토: ···
하야토 씨는 애써 미즈오 씨의 말을 무시합니다.
미즈오 씨가 집요하게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분명 쇼타 씨의 다음 대답은 무시에서 비난이 될 것 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무시보다는 비난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무시는 존재가치가 상실되는 것이라면 비난은 나를 부각시킬 기회로 변모 할 수 있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여러분 안타깝게도 뒷문 또한 열리지가 않습니다. 근데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신거죠?
뒷문을 조사하고 돌아온 기나오 씨가 저희에게 의문을 표합니다.
쇼타 하야토: 이 목소리는... 남잔데 그... 하 다들 목소리가 왜 이렇게 비슷한지...
기나오 소오타: 어? 쇼타 씨? 쇼타 씨 맞죠?
기나오 씨의 목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하야토 씨와 다르게 기나오 씨는 곧바로 목소리를 구분해냈습니다.
쇼타 하야토: 그래 분명 기나오였나? 주황색 조끼에 실눈... 내가 이딴 걸 왜 기억해야 하는 건지...
기나오 소오타: 쇼타 씨가 양쪽 문을 잠그신 건가요?
쇼타 하야토: 그래 내가 그랬다. 불만 있나?
하야토 씨는 아까와는 다르게 기나오 씨의 질문에는 응답을 합니다.
기나오 소오타: 그저 왜 그랬는지 궁금해서 질문 해봤습니다.
쇼타 하야토: 그건 나중에 설명해주지.
미즈오 미즈키: 허 참나, 내 질문은 생까더니 쟤 말은 듣냐?
쇼타 하야토: 자 다음, 나머지 한 명은 자진해서 목소리를 밝히도록.
미즈오 미즈키: 됐다 됐어. 내가 뭔 얘기를 하겠냐.
이제 저의 목소리를 밝힐 차례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문 앞까지 다가가 입을 엽니다.
아야카 세토: 아..아야카 세토...
쇼타 하야토: 뭐라는거지? 목소리가 작다.
아야카 세토: 아..아야카..!
쇼타 하야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보아하니 누구인지는 알 것 같은데 이름이...
아야카 세토: 아야카 세토 입니다..!
쇼타 하야토: 어 그래 아야카 세토, 존재감이 워낙 없어서 이름을 잊어먹고 있었군.
하야토 씨는 제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지 소심한 저의 말투만으로 제가 누구인지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존재만 알고 있을 뿐 이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소심한 말투는 어찌보면 다른 분들은 없는 독보적인 점 일 수도 있지만... 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쇼타 하야토: 그럼 이걸로 끝인건가?
타다요시 미네로: 그렇소. 이 이상의 인원은 없소.
쇼타 하야토: ··· 잠시만 기다리도록.
···
하야토 씨의 나지막한 한 마디 이후 잠시 동안 침묵이 흐릅니다.
시간이 멈추듯 괜시레 움직임도 멈추게 되고 경직됩니다.
(덜컥!)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겨있던 체육관의 문이 열립니다.
그 안에서 하야토 씨가 고개만 내민채로 저희를 바라봅니다.
미즈오 미즈키: ··· 왜 보기만 하고 있어?
쇼타 하야토: 딱히 이상은 없어 보이는군. 들어와도 좋다.
하야토 씨는 저희들을 뒤로 하고선 또다시 체육관의 안 쪽으로 몸을 옮깁니다.
기나오 소오타: 미즈오 씨 크게 낙담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미즈오 미즈키: 내가? 낙담? 쟤 때문에? 아니야 전혀 아니야. 티끌도 신경 안 써.
무시 당했을 때의 그 기색은 분명히 기분이 나빠 보였지만 미즈오 씨는 애써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요컨대 체육관의 문은 열렸으니 나쁠 건 없소. 신속하게 조사하고 복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기나오 소오타: 쇼타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도 많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여러분들도 조심해서 들어오세요.
미즈오 미즈키: 그렇게 신경 안 써줘도 돼.
아야카 세토: 그..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저희 넷은 체육관 안으로 발을 들입니다.
맨처음 왔을 때에 달리 저희가 들어왔다고 체육관의 문이 쾅! 하고 닫히지는 않았습니다.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기나오 소오타: 쇼타 씨, 혹시 조사하신지 얼마나 되신건가요?
기나오 씨가 하야토 씨를 따라가 그에게 정중히 물어봅니다.
쇼타 하야토: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 겨우 해봤자 10분도 안 넘겼어.
그렇게 말하며 하야토 씨는 본인의 전자 학생 수첩의 화면을 바라봅니다.
쇼타 하야토: ··· 정확히 8분 40초 정도 됐군. 들어오고 나서 벽면을 쭉 훑어보고 창고를 뒤지고 있었다. 그러고 있던 도중 너희들이 온 거고.
기나오 소오타: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쇼타 하야토: 굉장히 의심스럽다는 듯이 보고 있군. 안 그런가?
기나오 소오타: 티가 많이 나나 보네요. 솔직히 말해서 아니라고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문까지 잠글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쇼타 하야토: 역시는 역시나군. 그럼...
그렇게 말하며 하야토 씨는 양팔을 좌우로 피는 자세를 취합니다.
오른손에는 전자 학생 수첩, 왼손에는 어떠한 열쇠 꾸러미가 보입니다.
기나오 소오타: 지금 그런 자세를 한다는 건...
쇼타 하야토: 뭔지 파악했나보군.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눈치는 있어 보이고.
미즈오 미즈키: 너 나한테 하는 말 맞지?
쇼타 하야토: 그래 맞아.
미즈오 미즈키: 그래도 이번엔 눈치챘지?
쇼타 하야토: 이걸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건 지능의 문제겠지. 뭐 칭찬을 원했나?
미즈오 미즈키: 진짜 한마디를 안 져주네...
미즈오 씨는 나지막한 한 마디를 내뱉고선 대화의 화자에서 제외됩니다.
결국 무시의 화살이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쇼타 하야토: 내가 수상하다면 너희가 내 몸을 직접 뒤지는 것이 나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효율 높은 수단일 테지. 미리 고지하자면 나는 전자 학생 수첩과 체육관 열쇠를 제외한 어떠한 물건도 지니고 있지 않아.
하야토 씨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만만하게 말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자신을 조사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그 정도로 결백하시다면...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기나오 씨는 쇼타 씨의 말에 자신의 꼬리를 내립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소인은 아직 믿을 수 없소. 행동만 보고 사람을 쉽게 신뢰하려고 하지 마시오. 기나오 귀공.
타다요시 씨는 아직 쇼타 씨를 의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쇼타 하야토: 그래, 이런 사람이 소수로 있는 게 오히려 편하지. 어디 쥐 잡듯이 뒤져보도록.
타다요시 미네로: ···
타다요시 씨가 진지하게 성심성의껏 하야토 씨의 옷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딱히 문제점은 없는 것인지 얼마 가지 않아 타다요시 씨의 손이 멈춥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옷에 숨긴 물체 같은 것은 없소. 이 내가 장담하겠소.
타다요시 씨가 하야토 씨에게서 조금씩 멀어지자 하야토 씨는 팔을 내리며 약간 헝클어진 본인의 옷을 가다듬습니다.
쇼타 하야토: 참으로 고맙군 그래. 이제 의심을 거두겠나?
아야카 세토: 아직 의..의문인 것이 있는데요...
용기를 내어 하야토 씨에게 말을 건네봅니다.
혹시나 저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런 건 꽤나 익숙하니 말입니다.
쇼타 하야토: 체육관 문을 왜 잠갔는지가 궁금하겠지. 결론만 말하지. 큰 이유는 없다.
아야카 세토: 이유가... 없다는 말은...
쇼타 하야토: 말 그대로의 의미지. 그냥 체육관을 조사하던 도중 열쇠 꾸러미가 있어 시험 삼아 잠가본 것 일 뿐 다른 이유는 없어.
미즈오 미즈키: 그럼 다시 열면 되잖아? 왜 안 그런건데?
쇼타 하야토: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지. 내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이 너희가 확인시켜줬으니 나야 잘 된 일이지만.
기나오 소오타: 그리고 또...
쇼타 하야토: 열쇠 꾸러미는 체육관 창고에 있었다. 지금 원하는 대답이 이게 맞나?
기나오 소오타: 네 맞습니다. 그리고...
쇼타 하야토: 잠깐 거기까지. 이 이상의 불필요한 이야기는 사절이다.
기나오 소오타: 아직 여쭈어 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쇼타 하야토: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적으로 너희들에게 알려줄 정보들은 다 공유했다. 이 이상으로 힘을 빼고 싶지 않으니 신경 끄도록.
그렇게 말하는 하야토 씨에게서부터 강한 힘을 느꼈습니다.
구사하는 어휘, 단어 그 자체에서 힘이 묻어나왔습니다.
하야토 씨의 부정적인 언령(言霊)이 저희들의 에너지 또한 갉아먹는 것만 같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 쇼타 씨가 그렇다면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여쭤봐도 좋습니다.
쇼타 하야토: 그럼 딱 1가지만 물어보겠다.
기나오 소오타: 네 얼마든지요.
쇼타 하야토: 나와 토마를 제외한 14명 전원이 같이 모여다니고 그러나?
기나오 소오타: 아코 씨까지 제외하고 나머지 분들이랑은 아까 전만해도 같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각각 인원을 나눠서...
쇼타 하야토: 거기까지. 그 이상의 사족은 필요없고 그 정도면 충분해.
미즈오 미즈키: 갑자기 그런 질문을 왜 하는거야?
미즈오 씨가 아까와는 다르게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건성건성 말합니다.
쇼타 하야토: 그저 의문이었을 뿐이야.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인원이 힘을 모으고 있을지. 그런데 나를 포함하여 3명, 그 와중에 1명은 반병신이니 사실상 2명... 합리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인간이 그 정도 뿐이었던 건가? 내가 생각보다 너희를 과대평가했던 것 같군.
하야토 씨에게서 비난이 휘몰아칩니다.
저것은 조언이나 지적이 아닌 엄연한 비난입니다.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굳이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저런 비난의 방패를 앞세워 다른 이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반병신이라는 어휘는 좀 심한 것 같소.
쇼타 하야토: 왜 그러지? 갑자기 정의감이 불타나? 같은 초고교급의 모욕은 용서 못한다 그런건가?
타다요시 미네로: ···
타다요시 씨는 하야토 씨의 그 말을 듣고선 마치 어떤 사람인지 파악했다는 듯한 눈치를 보입니다.
미즈오 미즈키: 야 너 왜 그래? 뭐가 문제길래 그러는거야?
쇼타 하야토: 문제? 난 그저 맞는 말을 했을 뿐이야.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이미 글러먹은거지.
미즈오 미즈키: 너 뚫린 입이라고 할 말 다하냐? 누군 그런 말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줄 알아? 너만 입이야?
쇼타 하야토: 하, 이래서 내가 감정에 치우친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안 하려는 거야. 나가려고 시도한다면 모노젠틀이 퍽이나 가만히 두겠다.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간 결국 누군가가 울화통이 터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행해봤자 득보다는 실이 많을 뿐입니다.
쇼타 하야토: 됐다 됐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나를 포함해서 너희 모두 그냥 체육관 조사하러 온거니깐 그냥 조사하고 앞으로 서로 개입하지 말자고. 귀찮게 하고 있어...
미즈오 미즈키: ···
하야토 씨의 날카로운 비수가 대화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하야토 씨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체육관의 조사를 다시금 속행합니다.
아야카 세토: 그... 어...
타다요시 미네로: 분위기가 초상집 분위기가 되고 말았소.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누군가가 체육관의 에어컨을 틀어놨나 싶을 정도입니다.
어떠한 말을 할 줄 몰라 잠시 침묵에 접어듭니다.
기나오 소오타: ···
기나오 씨 또한 지금 이 상황을 풀려면 어떠한 말을 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말에는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힘이 되는 말, 해가 되는 말, 상처 주는 말, 격려의 말, 칭찬하는 말, 위로하는 말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인해 오랜 인간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 속에는 긍정적인 힘과 부정적인 힘이 함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가 하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경우도 있고, 말없이 마음을 전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경우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말을 전하려면 긍정적인 생각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저의 의도와 다르게 뜻이 전달되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남을 배려하려고 긍정적으로 말한 것인데 그것이 남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긍정적인 말은 말의 기교가 아닌, 말이 필요 없는 침묵의 말일 수도 있습니다.
자주 접하는 침묵의 시간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며, 긍정적인 말을 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지금 상황에 필요한 것은 침묵입니다.
미즈오 미즈키: 후... 그래 내가 졌다 졌어! 너 혼자 잘해 봐!
쇼타 하야토: ···
미즈오 씨는 하야토 씨에게 마지막 경고의 말로를 건넸지만 그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미즈오 미즈키: 자! 얘들아 우리도 빨리 조사하자. 우리 조사하러 온 거잖아.
아야카 세토: 그 괜찮으신...
미즈오 미즈키: 어?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마.
기나오 소오타: 너무 풀 죽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즈오 미즈키: 내가 풀 죽어? 이 세계적인 선수인 미즈오 미즈키인 내가? 이런걸로? 에이 아니지~
미즈오 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최대한 낙천적으로 말했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를 걱정 시킬 수는 없으니 괜찮은 척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걱정을 유발하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그럼 각자 구역을 나눠서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타다요시 미네로: 경기장, 창고, 무대, 난간을 각각 1명씩 맡으면 될 것 같소.
미즈오 미즈키: 난 어디든 상관 없으니깐 너희 먼저 골라.
아야카 세토: 전... 창고를 조사하고 싶어요...
제가 먼저 조사하고 싶은 장소를 택합니다.
창고가 넓지 않고 아늑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심리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보다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저에게는 가장 최적의 조사 장소입니다.
기나오 소오타: 그럼 제가 난간을 조사할게요.
타다요시 미네로: 소인이 무대를 조사하겠소.
미즈오 미즈키: 그럼 내가 자동적으로 경기장이겠네?
기나오 소오타: 발견한 것이 있으시다면 서로 불러 공유하도록 합시다.
긴박하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빠르게 일단락 되고 원래의 본분이었던 체육관의 조사를 시작합니다.
제가 조사 할 체육관 창고로 향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봅니다.
(끼익-!)
창고 문의 경첩에서 들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뇌를 자극합니다.
뒤집어 쓴 후드티의 모자를 더욱 더 쎄게 잡아 얼굴을 감쌉니다.
하지만 그것이 큰 효력은 없어 보입니다.
쇼타 하야토: ···
창고를 조사하고 계시던 하야토 씨가 저를 노려봅니다.
아야카 세토: 안..안녕..하세요...
쇼타 하야토: ···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네보았지만 역시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야토 씨는 저를 무시하며 고개를 돌립니다.
아야카 세토: 그.. 하야토 씨...
쇼타 하야토: 말 걸지 말고 조사만 하고 가.
아야카 세토: ··· 네...
하야토 씨의 조사에 방해되지 않게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조사를 시작합니다.
최대한 하야토 씨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 마치 없는 사람인 것처럼 조심조심..!
체육관의 크기는 충분히 발을 디딜 곳이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는 큰 편입니다.
3평 정도의 공간에 여러가지 체육 활동 도구들과 바구니들이 배치 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규격을 맞추며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쪼그려 앉은 상태로 조사해보니 구석에는 먼지들이 드리워져 있어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모습도 보입니다.
쇼타 하야토: ···
하야토 씨가 조사를 끝마쳤는지 체육관을 나가려고 하십니다.
바로 그때
모노젠틀: 잠깐.
아야카 세토: ··!
쇼타 하야토: 뭐지 갑자기.
모노젠틀 님이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뒷짐을 진 채로 몸으로 창고를 나가는 문을 가로 막았습니다.
입에서 삐져 나올 뻔한 비명을 손으로 틀어 막습니다.
다행히 들은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모노젠틀: 혹시 체육관 열쇠 쇼타 학생이 가지고 계십니까?
쇼타 하야토: 그건 왜 물어보는거지?
모노젠틀: 체육관 창고에 뒀었던 것 같은데 안 보여서 말입니다.
쇼타 하야토: 나한테 없으니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
모노젠틀: ··· 진짜 안 가지고 계십니까?
쇼타 하야토: 그래. 나한테는 없어.
그렇게 말하며 하야토 씨는 본인의 연구복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습니다.
무언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그 순간 하야토 씨의 눈이 모노젠틀을 노려보는 눈으로 변합니다.
모노젠틀: 혹시 찾는 물건이 이겁니까?
모노젠틀 씨가 지고 있던 뒤짐을 풀며 어떠한 물체를 들어 보입니다.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물체는 체육관 창고의 조명에 비춰 반짝거리며 빛납니다.
쇼타 하야토: 도대체 어느 틈에 가져간거지? 아니 애초에 어떻게 가져간거지?
모노젠틀: 주머니에 넣는다고 항상 안전한 건 아니랍니다 쇼타 학생. 사실 쇼타 학생이 가져간 건 알고 있었는데 한 번 실험을 해 본 것 뿐입니다. 과연 쇼타 학생이 진솔하게 말을 할지 아니면 숨길지.
쇼타 하야토: 그런 같잖은 실험은 집어 치우고, 빨리 열쇠나 돌려줘.
모노젠틀: 이 열쇠는 쇼타 학생의 열쇠가 아닙니다. 쇼타 학생의 소유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주운 사람이 임자다 뭐 그런겁니까?
쇼타 하야토: 그럼 왜 가져가는지에 대한 소명이나 한 번 들어보지.
모노젠틀은 그 말에 적절한 대답을 찾는 듯 약간의 생각에 빠집니다.
모노젠틀: 학원장이 학원의 시설을 관리하고 관장하는 것이 이상합니까? 제가 보기에는 전혀 잘못 된 것 같지 않은데 말이죠.
쇼타 하야토: 아 맞다. 꼴에 학원장이었지. 정말 미안하군. 지위에 전혀 얼 맞지 않아 보여서 말이지.
아야카 세토: 푸흡..!
하야토 씨의 날카로운 독설의 화살이 또 다시 날아듭니다.
성의 없이 미안하다는 말에서 나오는 비꼽의 맹독이 독설의 강도를 더 쎄게 만듭니다.
물론 어느정도 속 시원한 이야기라 약간의 실소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 다음에 올 모노젠틀 님의 반응이 약간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모노젠틀: ··· 그런 세치혀를 언제까지 놀릴 수 있을지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모노젠틀 님은 별다른 해코지 없이 체육관의 열쇠 꾸러미만을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쇼타 하야토: 흠, 겨우 그 정도로 긁힌건가? ··· 이봐 아야카라고 했나?
아야카 세토: ㄴ..네..! 저요..?
쇼타 하야토: 이곳에 아야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너 말고 더 있나?
아야카 세토: 갑자기... 왜 부르시나요..?
쇼타 하야토: 이상한 점을 못 느꼈나?
아야카 세토: 이상한 점이요..?
쇼타 하야토: 묘하게... 모노젠틀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어. 아주 미약하지만 확실하게.
그 말을 듣고 잠시 이전에 봤던 모노젠틀 씨를 떠올립니다.
평소의 모노젠틀 씨보다 말투의 면에서 조금 더 진중하고 장난기 없는 모습이 보였던 것 같긴 합니다.
이전에는 너무 가볍고 지금은 너무 진중한 느낌입니다.
물론 엄연히 느낌이고 기분이지 바뀌었다는 확증은 없습니다.
아야카 세토: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아요...
쇼타 하야토: 혹시 나만 느낀건가 해서 물어본거다. 갑자기 왜 달라진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그렇게 말하며 하야토 씨는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창고를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저도 그 이후 잠시동안의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고 창고를 빠져 나갑니다.
조심조심해서 창고를 나가니 다른 분들이 이미 분배받은 구역의 조사를 완료하셨는지 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해 보였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아야카 씨 오셨군요.
미즈오 미즈키: 좀 오래 걸렸네. 기다렸다구.
아야카 세토: 죄송해요... 생각보다 볼 게 많아서...
타다요시 미네로: 아등도 기다린지 오래 걸리지 않았소. 사과 할 필요는 없소.
미즈오 미즈키: 아등은 또 뭐야?
아야카 세토: 우리라는 단어의 한문적 단어에요... 요즘은 거의 안 쓰는 단어기도 해요...
미즈오 미즈키: 그냥 좀 간단하게 나 같은 사람도 알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해주면 안돼? 너랑 대화 할 때 그냥 머리가 아파.
타다요시 미네로: 미즈오 귀공이 그렇다면 알았소. 앳됐을 때부터 있던 버릇이라 쉽게 고쳐지지는 않지만 감경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소.
미즈오 미즈키: 어 그래...
미즈오 씨는 지금 타다요시 씨의 말에 떨떠름한 대답을 하셨습니다.
아마 지금 타다요시 씨가 한 문장 중에 모르는 단어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기나오 소오타: 혹시 아야카 씨는 창고에서 뭔가 발견한 건 없으신가요?
아야카 세토: 네... 그냥 평범한 창고였어요...
타다요시 미네로: 아까의 쇼타 공이 모노젠틀과는 무슨 대화를 나눈것이오? 쇼타 공의 표정이 매우 불만 있어보이는 표정이었소.
아야카 세토: 모노젠틀 님이... 체육관을 관장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하야토 님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체육관 열쇠 꾸러미를 가져가셨어요...
미즈오 미즈키: 그래서 화가 대빵 났구나. 멀리서 그냥 봤는데도 독기가 가득차 보였어.
아야카 세토: 근데 하야토 씨는 지금 어디에 계신건가요..?
그렇게 말하며 저는 체육관을 둘러보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하야토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미즈오 미즈키: 그냥 바로 나가던데? 우리가 불러도 그냥 째려보기만 했고.
아야카 세토: 아... 그렇군요...
기나오 소오타: 미즈오 씨랑 타다요시 씨도 딱히 발견한 건 없으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하며 기나오 씨는 본인의 조끼 주머니를 뒤집니다.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떠한 동전이 나옵니다.
아야카 세토: 이게... 뭐에요..?
기나오 소오타: 난간 쪽 의자에서 찾았는데, '모노메달'이라고 하는 물건이라고 모노젠틀이 설명해 주더군요.
모노..메달..?
생각보다 구린 작명 감각입니다.
모노메달은 노란빛의 색감을 지닌 동전이었습니다.
합금인지 아니면 순금인지는 모르겠지만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이 저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목에 지니고 있는 토파즈와는 다른 영롱함이었지만 그것 또한 아름답게 보입니다.
기나오 소오타: 본관의 창고에 있는 뽑기 기계에 넣어서 경품을 뽑을 수...
아야카 세토: ···
기나오 소오타: 아야카 씨? 제 말 듣고 계신 거 맞습니까?
아야카 세토: 네? 죄..죄송해요... 잠시 넋을...
기나오 소오타: 혹시 가지고 싶으신 건가요?
아야카 세토: 아..아뇨..! 괜..괜찮아요..!
말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저도 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하나 드릴게요. 어차피 모두 하나씩 가지고 계십니다.
아야카 세토: 모두 다요..?
미즈오 미즈키: 응! 나도 하나 가지고 있어.
타다요시 미네로: 소인도 기나오 공이 하사하였기에 가지고 있소.
기나오 소오타: 우연찮게도 난간 쪽에 메달이 4개나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꼭꼭 숨겨놔서 제가 더 발견하지 못한 것 일 수도 있지만 말이죠. 받으세요.
그렇게 말하며 기나오 씨는 모노메달 1개를 저에게 건넵니다.
속에서 차오르는 기쁜 마음으로 두 손을 이용해 그 메달을 잡습니다.
기나오 씨의 손이 놔지고 모노메달이 저의 양손에 들어옵니다.
저는 제 손에 메달이 들어오자마자 모든 시선을 그 메달에 집중합니다.
곰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황금빛 동전...
사용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나중에 함께 같이 뽑아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이네요.
미즈오 미즈키: 그래도 괜찮을 것 같네. 이제 더 이상 뭐 할 거 없나?
미즈오 씨는 엄지 손가락으로 모노메달을 튕기며 말합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그럼 이쯤에서 본관으로 복귀해도 될 것 같소.
미즈오 미즈키: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니야? 우리 1시간은 조사했나?
기나오 소오타: 그렇다고 체육관에 있을 수 만은 없으니 미리 가서 대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야카 세토: 빨리 앉아서... 쉬고 싶어요...
사실 한 건 별로 없지만 그냥 앉아서 쉬고 쉽다는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미즈오 미즈키: 그래 그냥 빨리 가자.
타다요시 미네로: 4명이서 함께 독장난명하니 조사도 속전속결로 끝났소.
미즈오 미즈키: 너 분명 간단하게 말한다고 다짐한지 5분도 안 됐어.
타다요시 미네로: ···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하면 되겠소?
미즈오 미즈키: 그래 그 정도면 나도 알지.
기나오 소오타: 그럼 저는 체육관 불만 끄고 따라갈게요. 먼저 가 있으세요.
미즈오 미즈키: 오케이!
아야카 세토: 네...
타다요시 미네로: 천천히 와도 괜찮소.
그렇게 저희 셋은 체육관 정문을 통해 야외로 나갑니다.
밝은 빛이 시야에 들어와 눈을 아프게 합니다.
미즈오 미즈키: 좋았어 빨리 본관으로 가볼까?
그렇게 말하며 미즈오 씨는 스트레칭을 하여 달릴 준비를 합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너무 무리해서 빨리 달라지는 마시오. 넘어 질 수도 있으니 말이오.
미즈오 미즈키: 걱정하지마. 그럼 간다..!
그렇게 미즈오 씨가 스트레칭을 멈추고 뛰려고 하던 찰나에
???: 야! 미즈키 너 뭐하냐?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가 근처에 들려옵니다.
미즈오 미즈키: 잠깐... 이 재수 없는 목소리는...
???: 재수가 없어? 참나 네 목소리는 좋은 줄 알아?
야외 조사를 담당하셨던 아리이치 씨가 저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즈오 미즈키: 너보단 내가 더 좋거든! 이 빡빡아!
타카하시 아리이치: 빡빡이라고 하지 말랬지! 이 머리는 내가 그냥 민거라고!
갑자기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듣고만 있어도 남아있던 에너지가 갑자기 소모되는 느낌입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조사는 잘 하고 계신가요?
미즈오 미즈키: 오 안녕 하로, 얘랑 같이 조사라는거야?
아리이치 씨와 같이 야외 조사 담당이신 하로 씨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즈마키 하로: 네, 이 곳이 워낙 넓다보니 둘 둘 씩 나눠서 조사하고 있었어요.
미즈오 미즈키: 너가 참 고생이 많다. 쟤가 너 힘들게 하지는 않지?
타카하시 아리이치: 갑자기 왜 이렇게 딜을 박아대. 나 아무짓도 안 했다고!
아리이치 씨가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우즈마키 하로: 전혀요. 같이 이야기도 하고 유쾌하시고 좋은 분 같으세요.
미즈오 미즈키: 유쾌한 건 맞는데, 좋은 분?? 쟤가? 진짜??
타카하시 아리이치: 야 봤냐? 내가 다른 사람한테는 그 누구보다...
타다요시 미네로: 아리이치 공. 혹시 그 오른팔은 어떻게 된 것이오?
아무 말도 없던 타다요시 씨가 아리이치 씨의 오른손을 내려다 보며 말합니다.
그 말에 아리이치 씨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눈이 아리이치 씨의 오른손으로 향합니다.
자세히 보니 작은 규모의 멍이 아닌 생각보다 큰 멍 자국이 보입니다.
꽤나 아플 것 같은 것 같아 보이는 동정의 마음에 괜시레 저의 오른손을 만지게 됩니다.
기나오 소오타: 여러분? 안 가고 뭐하시는... 어, 안녕하세요 하로 씨, 아리이치 씨.
기나오 씨가 두 분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
기나오 씨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말 없이 상황을 지켜봅니다.
타카하시 아리이치: 이 오른손은 그... 하 시발... 조사하다가 멍들었어.
미즈오 미즈키: 야! 어떻게 하면 손이 이렇게 돼? 뭘 한거야?
미즈오 씨가 제일 먼저 아리이치 씨를 걱정합니다.
타카하시 아리이치: 크게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아! 아!!
미즈오 씨가 아리이치 씨의 오른손에 약간의 힘을 가하자 고통의 비명이 들립니다.
그 아후 아리이치 씨는 미즈오 씨의 팔을 뿌리칩니다.
기나오 소오타: 저건 보건실에 가야하는 거 아닌가요? 조사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미즈오 미즈키: 맞아 그냥 참지 말고 보건실이라도 다녀와.
타카하시 아리이치: 아니야 괜찮아. 이 정도 가지고 뭘...
미즈오 미즈키: 야, 보건실이나 병원은 너의 리스폰 장소가 아니라고, 아프면 그냥 바로 가란 말이야. 뭐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나 말해.
타카하시 아리이치: 그.. 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게!
아리이치 씨가 대답을 회피하고 도주하려고 시도합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도주 시도는 그만 두는 것이 좋소. 이것은 장난이 아닌 진심의 경고요.
타다요시 씨가 아리이치 씨의 옷덜미를 잡아 도주를 막습니다.
타카하시 아리이치: 아 씨! 반속 존나 빠르네!
미즈오 미즈키: 그냥 빨리 말해. 왜 그렇게 된건데?
타카하시 아리이치: 나중에 조사 끝내고 모두랑 모였을 때 말해줄게!
미즈오 미즈키: 너 혹시 또 이상한 등신짓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지?
타카하시 아리이치: ···
요란했던 아리이치 씨의 입이 멈추고 한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미즈오 미즈키: 으유 이 멍청아! 넌 왜 옛날부터 바뀌지를 않냐! 몸만 크고 정신연령은 그대로야 그대로!
타카하시 아리이치: 그만 때려 그만! 모노젠틀! 시바 얘 좀 말려봐!
미즈오 씨가 팔로 아리이치 씨의 등을 때립니다.
등짝 스매싱? 이라고 하는 것 말입니다.
아리이치 씨의 부름에 모노젠틀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며 웃고 있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기나오 소오타: 혹시 세라 씨랑 텐카 씨는 어디 계신건가요? 혹시 그 분들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신건가요?
우즈마키 하로: 네, 두 분 다 왜 저렇게 됐는지 실시간으로 다 보셨어요. 지금은 이 학원을 둘러싼 유리벽을 조사하고 계시고요.
타카하시 아리이치: 야 이제 그만 놔주면 안되냐? 나 아직 야외 조사도 다 못했단 말이야. 나 이러다가 그 기존쎄들한테 또 까인다고.
미즈오 미즈키: 누가 널 까? 그 둘이?
타카하시 아리이치: 어 텐카랑 세라. 물론 너한테 처맞는 것보다는 말로 까이는 게 나을 것 같기도... 아 아!
미즈오 미즈키: 너가 그냥 덜 맞았지. 옛날에 밀린 것부터 오늘 싹 다 청산하고 새 삶 살자~
아야카 세토: 저..저기...
미즈오 미즈키: 응 왜 아야카?
아야카 세토: 이..이제 그만 때려도 될 것 같아요... 아리이치 씨가 아파보여요...
제가 용기를 내어 미즈오 씨의 옷을 약하게 잡아당깁니다.
장난식으로도 누군가가 맞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마음이 편해지지가 않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도저히...
타카하시 아리이치: 따흑 시발 내 편이 있긴 하구나.
미즈오 미즈키: 시끄러워 아야카 덕에 그만 맞는 줄 알아.
타다요시 미네로: 흠...
타다요시 씨는 상황 파악을 끝내셨는지 아리이치 씨의 옷덜미에 손을 뗍니다.
타카하시 아리이치: 크헉! 감사합니다 형님. 행복한 나날만 있기를 빌겠습니다.
아리이치 씨는 90도로 공손히 인사를 합니다.
타다요시 씨 상대로는 도저히 장난을 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다요시 미네로: 모두가 모였을 때 왜 이렇게 됐는지 구체적인 사유를 반드시 밝히도록 하시오. 지금은 이쯤에서 끝내겠소.
타카하시 아리이치: 그래 고맙고, 혹시 너희 쇼타랑 같이 조사했냐?
기나오 소오타: 같이 있기는 했는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타카하시 아리이치: 아니 멀리서 우연히 봤는데 걔 심상치가 않아.
우즈마키 하로: 저도 봤는데 약간 무서웠어요.
기나오 소오타: 그게 무슨 뜻이죠?
타카하시 아리이치: 눈이 존나 매서웠다니깐. 마치 그 독수리가 생각나는 건들면 좆될 것 같은 느낌이었어.
아리이치 씨는 본인의 손가락으로 날카로운 눈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노력과는 별개로 살짝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미즈오 미즈키: 그 정도였다고? 그렇게 화 낼 만한 일은 없었는데...
타카하시 아리이치: 그러냐? 어찌됐든 그 뒤에 바로 본관으로 들어가더라고.
아야카 세토: 말만 들었는데 무섭네요...
타다요시 미네로: 근데 이렇게 수다를 떨 시간이 있는 것이오? 분명 조사 해야 한다고...
타카하시 아리이치: 아 맞다! 야 너희 먼저 가 있어. 우리도 곧 갈 것 같으니깐. 하로 가자.
우즈마키 하로: 넵. 그럼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조금 이따 뵈어요.
미즈오 미즈키: 그래 알았어. 야! 너 그 사이에 다치기만 해 봐! 그땐 그냥 각오해!
그렇게 아리이치 씨와 하로 씨는 저희에게서 멀어집니다.
그 둘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잘 들리는 않습니다.
미즈오 미즈키: 휴~ 우리도 이제 가자. 열불 냈더니 더워졌어.
아야카 세토: 이젠 더 이상 에너지가...
기나오 소오타: 나중에 들을 이야기들이 꽤 많겠네요.
타다요시 미네로: 지금 이 분위기가 살인이 일어날 분위기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소.
미즈오 미즈키: 그러게 몇몇만 빼면 그렇게 진지하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아.
그렇게 본관으로 돌아가면서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얘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관한 얘기 등등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은 없습니다.
본관으로 가는 동안 기나오 씨가 준 반짝이는 모노메달을 응시하며 만져봅니다.
이 반짝이는 메달도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 필연적으로 빛을 잃겠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오래된 것들은 본연의 빛을 잃기 쉽다 생각하지만 오히려 고유한 빛이 더 진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저만의 고유한 빛으로 남아 온전한 저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에서부터 말입니다.
빛을 잃어도 저의 꺼진 등불을 켜 줄 사람들이 남아있으니 괜찮습니다.
-5화 完-
ps.또 3주가 걸렸군요... 다음화에는 또 다시 하지타의 시점으로 변경됩니다.
3화 동안 조사만 했으니 이제 빠르게 진도를 나가보겠습니다.